나무이야기 - 바위틈 소나무와 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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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이야기 - 바위틈 소나무와 옹이


모진 풍파 이겨낸 바위틈의 소나무 대견

나무에 박힌 옹이는 고난을 이겨낸 흔적


 거리엔 노란 은행나무의 낙엽이 햇살에 부딪쳐 황금물결을 이루며 일렁인다. 느티나무의 갈색낙엽도 솔솔 부는 산들바람 리듬에 맞춰 은행잎과 조화를 이루며 너울춤을 추고 있다. 벚나무도 덩달아 불그스레한 옷을 떨어뜨리며 동조하고 있다. 파란하늘엔 하얀 뭉게구름이 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전형적인 가을하늘이다.
 오늘은 나무의 인내와 고통의 삶을 생각해본다. 금정산 산중턱 커다란 바위 틈 사이에 소나무 한그루가 외롭고 꿋꿋하게 하늘을 쳐다보며 서있는 모습이 당당하다 못해 안쓰러워 보인다. 오래 전 솔방울이 바람에 날려 터전을 잡은 곳이 하필 바위틈이다. 이곳에 끼여 갖은 고통을 감수하며 저렇게 자라고 있는 것이 애처롭다. 모진 풍파를 이겨내며 열악한 환경에서 불평 없이 자라는 저 소나무를 곰곰이 생각해본다.
 첫째, 자기 본분을 잘 알고 있다. 갈라진 바위틈에서 그에 맞게 성장하는 방법을 터득하여 적은 영양분으로 자라고 있다.
 둘째, 주위 환경에 순응하고 있다. 폭풍우가 불거나 심한 가뭄이 닥쳐도 바위 틈새에 의지하여 쓰러지지 않는 지혜를 알고 있다. 성장속도를 천천히 하여 열악한 주위 환경에 적응하며 자라나는 법을 숙지하고 있다. 한곳에 뿌리를 내려 오래 살아가는 나무의 한결같은 시선으로 인간사를 본다면 분명 헛되고 허망한 짧은 삶이 측은하게 보일 것이다. 사람은 세월의 무게를 받으며 사는데 나무는 세월에 자신을 맡겨놓는다. 이점이 다르다.
 다음은 고통 받고 있는 나무의 옹이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거리 한복판에 떡 버티고 선 고목. 옹이를 보면 고된 삶의 흔적이 엿보인다. 주름투성이 피부와 상처투성이의 슬픈 몸뚱이다. 하지만 초라해 보이진 않다. 옹이는 견디는 힘, 즉 내성(耐性)이다. 거친 삶을 살아가게 하는 행복의 원천인 셈이다. 옹이가 생겨난 이유는 고난, 아픔에 있다. 원하지 않는 고난과 아픔, 그것을 이겨낸 흔적들이 옹이인 것이다. 옹이는 상처가 나거나 나뭇가지가 잘렸을 때 생기는 것이다. 상처의 흔적, 아픔의 흔적이다. 그런데 나무향이 가장 깊고 단단한 곳이 바로 이 옹이라고 한다. 조금 못생겨도 옹이가 대견하고 예쁜 이유이다. 누구나 가슴속에 옹이 하나 박혀 살아간다. 어차피 내 가슴에 박힌 옹이라면 오늘은 그 옹이에 멋진 무늬 한번 입혀보자. 굳이 감추고 숨기고 피하기보단 가슴 속 옹이에 예쁜 꽃 훈장 하나 달아보자. 그것으로 내 삶의 향기와 단단함을 만들어야 한다.
 나무가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이유는 그저 자신을 변화시킬 뿐 상대방에게 그 어떤 요구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목의 자비로움이 자못 성스럽다. 내가 갖지 못한 박애와 겸양과 인내와 자비가 몸에 배었으니 천년을 살아도 늙지 않고 꽃을 피워낸다. 그래서 노목에 피는 꽃이 더욱 아름답다. 나도 나무의 덕을 닦아가며 나의 삶이 마음 꽃을 피우며 먼 길을 소풍가듯 쓰러지고 싶다. 가슴 한켠 왠지 모를 쓸쓸함이 묻어나는 이 가을이 내 마음을 자꾸 움직인다. - 숲해설가 김광식(수필가)



등록 : 2019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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