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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이름, 서전병원(스웨덴적십자야전병원)

발행일20200625



 

한국전쟁 당시 의료진 파견

피아 가리지 않는 의술 펼쳐

고아 돌보기·결핵 퇴치 사업도

한국·스웨덴 70년 우정 시초'

 

한반도가 남과 북으로 두 동강 나고 불구대천지원수로 지낸지 정확히 70년이 흘렀다.

서릿발 같은 남북 사이에서 줄곧 완충재 역할을 해 온 나라가 스웨덴이란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유엔 참전국인 스웨덴은 1953년 7월 정전협정 이후 지금까지 스위스와 공동으로 판문점에서 남북의 군사 충돌을 막는 중립국감독위원회(NNSC) 활동을 하고 있다.

남북 혹은 북미관계가 벼랑 끝으로 치달을 때마다 스웨덴은 어김없이 중재자로 등장해 왔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의 국방기술의 핵심 분야는 스웨덴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또 1000만 스웨덴 인구 가운데 입양 한인 규모가 1만 명이 넘는다.

이렇듯 한국의 절대 우방국인 스웨덴은 동시에 북한과도 우호적이다.

동서냉전이 절정이던 1970년대 스웨덴은 서방국가 중 유일하게 북한과 수교를 맺고 평양에 대사관을 개설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적인 북한이 6·25 참전국임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친밀감을 느끼는 서방국가가 스웨덴이다.

 

남한과 북한 그리고 스웨덴의 70년 우정'은 6·25전쟁 당시 서면에 주둔했던 서전병원으로 불린 스웨덴적십자야전병원(Swedish Red Cross Hospital)'에서 시작됐다.

6·25 발발 당시 중립국인 스웨덴은 인도적 차원으로 민간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적십자야전병원을 급파했다.

보름의 짧은 준비와 한 달의 긴 항해를 거쳐 176명으로 구성된 의료진 1진이 1950년 9월 23일 부산항에 도착했다.

당초 하야리아 부대에 병원을 설치하려했는데 인천상륙작전으로 후송돼 오는 부상병이 급증하자 더 많은 병상을 확보할 수 있는 부산상업고등학교(현재 롯데백화점 자리)에 다급하게 병원을 설치했다.

이때 병원은 적십자정신에 입각해 유엔군 말고도 북한군과 중공군 포로도 차별 없이 치료했다.

이 때문에 미군 등 유엔군들로부터 거센 항의에 시달렸지만 의료진들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다친 적들을 보듬었다.모진 고문과 학대,

방치를 예상했던 북한군 부상병들에게 서전병원 의료진들은 그야말로 구원의 손길이었고, 정전 이후 북으로 되돌아간 이들 포로와 부상병들의 입을 통해 서전병원의 인술'이 회자되었음은 당연지사이다.

 

전황이 교착상태로 접어들고 부상병이 줄자 병원은 부산시민 등 민간인 치료를 시작하고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이후에는 아예 병원 명칭을 스웨덴적십자야전병원에서 부산스웨덴병원(Swedish Hospital in Pusan)으로 바꿔 민간인 진료에 주력했다.

의료기술이 낙후된 당시로서 일반 병원이 손댈 수 없는 중증환자나 치료비가 없는 극빈자들 사이에서 "서전병원에 가면 살 수 있다" 말이 돌았고 병원 입구에는 늘 민간인 환자들로 북적였다.

학교를 징발당한 부산상고 학생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서전병원은 1955년 5월 부산상고 대신 국립부산수산대학(현 부경대학교)으로 자리를 옮겨 민간인 진료를 이어갔다.

정전 이후에도 계속 주둔하는 것이 적십자정신에 맞지 않다는 여론에 1957년 3월 병원을 폐쇄하고 한 달 뒤 한국을 철수했다.

부산에 머문 6년 6개월간 서전병원은 총 1,124명의 의료진이 부산시민 등 200만 명을 무상치료(결핵예방 BCG접종 포함)했다. 자원봉사 의료진들의 근무기간은 6개월이었지만 체류를 연장하거나 재파견을 자원해 1∼2년 장기 근무자가 많았다.

일부 의료진들은 병원 철수 이후에도 자발적으로 부산에 남아 한국인 의사들과 함께 병원과 보육원 등을 돌며 결핵퇴치사업을 전개했다.

또한 의료진들은 오갈 곳 없는 전쟁고아나 심각한 장애를 가진 어린이들을 본국으로 데려갔는데 이를 계기로 해외입양 문화가 시작됐다.

우리의 무심함에 60년 이상 망각된 서전병원은 어느 스웨덴 출신 퇴역 군인의 노력으로 4년에 걸쳐 다큐멘터리 The Swedes in the Korean War(한국전과 스웨덴 사람들)'로 제작돼 곧 스웨덴과 한국의 TV 방영을 앞두고 있다.

서전병원의 활약과 그 속에 피어난 위대한 휴머니즘을 다룬 이 작품이 TV로 방영되면 터키에 이어 또 하나의 형제 국가'의 탄생이 점쳐진다.

한편 스웨덴 한인 입양인들과 한국 주재 스웨덴 기업인들이 주축이 된 한국스웨덴협회가 1971년 10월 1일 서전병원이 있던 부산상고 교정에 스웨덴 참전기념비를 건립했다.

이후 학교가 이전하고 그 자리에 롯데호텔과 롯데백화점이 들어서면서 참전기념비는 도시철도 2호선 서면역 7번 출구 쪽 포장마차 거리로 옮겨져 지금에 이르고 있다. (김성한, 서전병원 사진전 제안자·前 국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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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2020-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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