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진구신문 주요뉴스
서면에서 만난 사람-개성고등학교역사관 노 상 만 관장
100년 넘은 학교는 지역사회가 자랑해야 할 희망과 자부심
발행일20260126


"1928년에 전교생이 441명이었다고 해요. 그런데 188명을 퇴학시켰으니 학교 문 닫는 거 아닙니까? 거기다가 190명이 무기정학을 당했거든요. 그런 대단한 사건이 오랫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고 평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어요.많이 늦었지만 작년에 광복 80주년을 맞아 일제의 민족차별과 식민지 교육에 항의하며 독립을 외치다가 학교에서 쫓겨난 분들, 또 학도의용군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학교로 돌아오지 못한 분들을 찾아내어 명예졸업장을 안겨 드린 것이 참 보람되고 기뻤습니다."
노상만 관장은 개성고등학교 56회 졸업생이다. 오랫동안 교육계에 몸담고 있다가 고등학교 교장 선생님으로 퇴임했다. 2012년부터 14년째 개성고등학교 역사관 관장을 맡고 있다. 지금 모습의 개성고등학교 역사관을 만든 산증인이다.
그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자료들을 모으고 정리하던 중에 일제강점기 때 독립운동을 하다 졸업장도 받지 못한 학생들의 기록을 보게 되었고, "언젠가는 이분들을 복권 시켜야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마침내 개성고와 부산교육청, 부산지방보훈청의 도움으로 작년에 152명(한국전쟁 참전 34명 포함)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하는 결실을 보게 됐다.
"아직 30여 분이 사료 발굴이 덜 돼 명예졸업장을 받지 못했습니다. 좁게 보면 한 학교의 일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민족과 국가를 위해 피 흘리고 희생한 분들에 대한 사회적인 인정과 그분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상징적 예우의 의미가 있으니 지역사회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라고 노상만 관장은 말한다.
#민족과 국가 위해 헌신한 분들 찾아내 명예졸업장 추서 앞장
올해 개교 131주년을 맞는 개성고등학교. 1895년에 부산의 선각자인 박기종 선생이 민족자본으로 세운 한강 이남 최초의 근대학교이자 민족학교다. 박기종 선생은 구한말 개항기 때 조선 최초의 민간 철도 회사인 부하철도회사를 설립한 기업인으로 철도왕'이라 불렸다.
100년 넘은 학교가 지역사회에서 가지는 상징성은 실로 크다. 그 지역이 오랜 기간 교육의 중심지였음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한 지역의 역사와 문화, 공동체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원천으로서 지역민의 희망과 자부심이기도 하다. 그래서 학교의 역사와 이야기는 지역사회가 공유하는 기억의 자산이자, 지역사회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소통과 연대의 공간이다.
개성고등학교가 1989년 5월에 현재의 당감동으로 이전할 때까지 66년간 서면시대'를 지켰던 건 부산상업고등학교였다. 2004년에 개성고등학교로 이름을 바꿨다. 부산상고는 지금의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자리에 있었다. 60년대 중반 부산상고 시절 추억 한 자락!
#60년째 이어지고 있는 부산상고 주산반 동기 모임'
"저는 주산반 활동을 했는데, 20명 뽑으면 200명이 지원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죠. 주산반 뱃지는 은행 뱃지다' 할 정도로 서로 하려고 했어요. 2학년이 되면 1학년 교실에 들어가서 후배들을 가르쳐요. 자연스레 전교생을 알게 되고, 선후배들과도 깊게 연결되는 관계였어요. 어떤 날은 저녁 자습시간에 2학년 선배들이 모자를 돌려서 돈을 모아요. 그땐 버스비가 3원, 전차는 2원 50전, 전차 한 달 이용권이 80원 하던 시절인데, 학교 앞에 부전시장이나 서면시장에 가면 1원에 건빵을 14개를 줬어요. 선배들이 그걸 사서는 1학년들에게 노래를 시키고는 앵콜을 받는 애들에게는 2개를 주고 했어요. 남는 건빵은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3학년들이 와서 들고 갔죠. 하하하."
그때 만났던 주산반 동기 모임이 아직 60년째 이어지고 있단다. 그만큼 돈독하고 끈끈한 우정을 나눴던 시절이었다.
#주민들 편하게 찾는 마을 사랑방 역할 하겠다
개성고등학교 역사관은 연면적 300평 규모에 3개의 전시관을 갖춘 국내 최고의 고등학교 역사관으로 평가받는다. 학교 역사뿐만 아니라 부산지역의 근현대사와 관련된 유물과 자료도 전시하고 있다. 세계적인 지휘자 금난새 씨의 부친이신 작곡가 금수현 선생이 사용하던 피아노, 노무현 대통령이 공부하던 3-3반 교실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것도 눈에 띈다.
"우리 부산진구에도 유서 깊은 학교들이 많아요. 그런 학교에서 역사관을 짓는다면 도움을 드리고 싶고, 부산진구 구민들이 편하게 다녀가시는 마을 사랑방 같은 공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우리 개성고 역사관을 한 번 둘러보시면 우리나라 교육이 어떻게 가야겠구나' 하는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 봅니다."
글. 원성만
담당부서정책기획실 기획예산과
담당전화번호 051-605-4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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