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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수대 / 문학반에 찾아온 슨배님

한 아 / 동화작가

발행일20260225



설 연휴를 앞둔 목요일, 특별한 손님이 문학 교실로 찾아왔다. 1월 말부터 문학반 친구들에게 예고한 손님이었다. 문학반 선배가 이번에 교대에 입학하게 되었고, 그 선배가 문학반 친구들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있다고 귀띔해 주었다. "선배님이 하는 말 귀담아듣고 질문도 하자." "아! 슨배님이 오시네요." 한 아이가 일부러 사투리를 써가며 말했다. 그날부터 문학반 친구들은 슨배님'을 기다렸다.

문학반 친구들이 기다리던 슨배님은 재경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문학을 꾸준히 들었던 학생이다. 재경이를 생각하면 반짝이는 두 눈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그리 큰 눈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재경이의 초롱초롱한 눈빛은 교실에 있던 많은 아이 중에서 단번에 내 눈길을 잡았다. 그 눈빛에서 이 수업을 재경이가 좋아한다는 것과 전심으로 수업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나는 재경이의 눈빛에서 지지와 응원의 목소리를 듣는 듯했다.

2월 12일 목요일, 드디어 문학반 친구들은 슨배님을 만났다. "나는 문학을 오랫동안 배웠습니다. 처음에는 엄마가 문학 수업을 듣자고 해서 시작한 거라 별 기대가 없었는데, 수업을 듣다 보니 재미있어서 계속 듣게 되었어요. 여러분이 어떤 이유로 여기 왔는지에 상관없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여러분을 칭찬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재경이의 강연은 후배들에게 글쓰기와 독서의 효용과 즐거움에 관해 이야기했다. 일기 쓰기에 대해 말할 때는 개인적인 에피소드를 소개하여 일기 쓰기의 장점과 재미를 동시에 전달했다. 글쓰기 교본 같은 데서 볼 수 있는 이론적으로 정리된 뻔한 내용이 아니라 본인의 체험을 솔직하게 나누었기에 문학반 후배들에게 새롭게 다가갔던 것 같다.

재경이의 짧은 강연이 끝나고 문학반 친구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문학 수업이 중고등학교 과정에서는 어떻게 도움이 되었나요, 추천 도서는 무엇인가요, 문학을 배울 때 힘들었는지 아니면 설레었지요, 지금까지 만난 선생님 중 최고의 선생님은 누구예요, 앞으로 어떤 선생님이 되고 싶나요, 선생님이 되면 학생들이 어떤 별명을 지어주면 좋겠어요? 문학반 후배들은 여러 질문을 쏟아냈다. 재경이가 질문에 답하는 방식은 질문에 따라 달랐다. 간결하게 말하기도 하고 되묻기도 하고 질문에 대한 대답을 확장하기도 하며 유연하게 대답했다. 그런 재경이를 보고 있으니 교사가 된 후에 수업도 잘 운영할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예전에 재경이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대답이 한결같았다. 작가와 초등 교사. 초등학교 때도 중학교 때도 쭉 이 두 가지 꿈을 키워 왔다. 두 개의 꿈 사이에 고민하다가 대입을 앞두고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지점이 되었다. 심사숙고 끝에 재경이는 교대에 입학하기로 했다. 작가는 대학의 전공 여부와 상관없이 할 수 있지만, 초등 교사는 교육대학교나 한국교원대라는 특정한 관문이 필요하니까, 이건 지금 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내가 만난 재경이를 찬찬히 생각해 보면 재경이는 가녀린 체구지만 내면이 단단한 아이였다. 기운차다고 할까, 어떤 힘이 느껴진다. 주변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내면에 집중할 줄 안다. 청소년 시기에 공부가 중요하지만 시간을 내어 문학반 수업을 듣고 글을 쓰고 책을 읽었다. 시험이 끝나면 친구들과 어울려 떡볶이를 먹으며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마음먹은 대로 공부가 되지 않거나 고민이 있을 때면 일기를 쓰며 생각을 정리하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격려할 줄 알았다. 봉사는 관점에 따라 귀찮은 일일 수도 있지만 맡은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소화하고, 좋아하는 일에 열정적으로 도전하며 여러 경험을 쌓았다.

문학반 친구들이 슨배님과의 만남을 통해, 어느 대학에 들어갔다는 사실보다 재경이가 내면이 단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발견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면이 단단한 사람으로 자라고 자기의 길을 탐색하며 성장하고, 성장하는 과정의 굴곡을 기꺼이 즐기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내가 이 만남을 추진한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교대에 입학하는 재경이에게 학생 앞에 서는 경험을 만들어 주고 싶었고, 문학반 아이들에게는 선배와의 만남을 통해 각자의 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어떤 청소년기를 보내면 좋을지 생각하는 기회가 되길 바랐다. 그날의 만남이 한 사람의 성장이 다른 사람의 성장을 이끄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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